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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 이 솔로몬 unknown__wrt * * * * ⠀ 나는 저 산 능선이 필경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 생각한다. 지긋한 노모의 허리처럼 굽은 저 굴곡이 한때의 내 최선이었고, 뚝 떨어진 저 가파름이 나의 고통이었음을 안다. 멀리서 보면 이리도 아름다운 물결이 한때는 나의 눈물에 섞여 깎아지른 마음을 타고 흘렀음을 안다. 삶은, 한 인생은 가까이서 마주하면 편협하고 인색함이 전부인 듯 보이나 수 걸음, 보다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면 필경 아름다운 절경 머무르지 않는 바람처럼, 곡식을 거두지 않는 공중의 저 새들처럼 자연과 인간의 섭리를 멀리서 볼 줄 아는 마음을 가진다면 인생은, 우리네 삶은 필경 갖출 때와 내려놓을 때를 아는 사계를 닮아 푸르를 것임을 나는 안다. 구태여 낙엽을 붙들지 않는 저 나무의 지혜처럼...
끝/ 이솔로몬 unknown__wrt * * * * ⠀ 끝났다는 말은 추억한다는 말과 같다. 끝이라는 말은 무르익은 기억이라는 말과 의미가 같다. 더 일정한 상태를 지속하지 않아도 되는 더는 같은 형태를 유지하지 않아도 되는 끝이라는 말은 시간의 한계이자 공간의 마지막 사물의 가장자리이다. 무언가의 끝에 다가가서 그 가장자리에 서면 자연히 뒤를 돌아보게 된다. 마감 기한에 다다른 일과 혈기왕성한 졸업의 냄새 표정 없는 사직서와 짧게 불타오른 연인 지나온 삶과 쏟긴 노력 서서히 잠드는 저녁과 잠들지 못한 기억들 더는 맞이할 수 없는 것들이 살아 움직이는 밤 얼굴 없이 웃는 그림자 같은 끝났다는 말은 어쩌면 돌이킬 수 없어진 시간이 모여 빛을 내는 별과 같은 말 아름다움으로 추억하고자 우리가 꾸미는 쓸쓸한 트리 위 홀로 ..
둥그스름한 마음/ 이솔로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p/CDshG38lI-I/ 티스토리: https://stacked8.tistory.com/26 #25. 글, 둥그스름한 마음 stacked8.tistory.com --- 생각에는 형태도 경계도 없다. 언어는 무형의 생각에 형태를 입히고 경계를 그려 넣는다. 말의 모양을 입혀 누군가에게 건넬 수 있게 말이다. 말도 구름 모양이면 좋겠다. 삐쭉빼쭉한 단어에 맞추고 재단할 필요 없이 둥그스름한 마음 그저 실어 나를 수 있게. 예쁜 마음을 눌러 담아 그런지 솔로몬의 글은 늘 구름 모양이다.